쉼표 찍기, 서른아홉 달 앞에서
김 래 옥
(원주 신림초등학교 교장)
이천십오년 이월 이십팔일, 이 날이 오려면 꼭 서른아홉 달 남았다.
엊그제는 보름달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조금씩 그믐을 향해가는 달과 같은 삶인가 보다.
세월의 흐름을 숫자로 나타내면 ...., 9, 10, 11, 12, 13, 14, 15로 차오르다가 16, 17, 18, 19......로 줄어드는 달을 보면서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제 서른아홉 달만 있으면 퇴직을 하게 된다. 새로운 삶을 위하여 쉼표를 찍게 된다.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마침표 아래로 꼬리가 붙은 쉼표를 찍는다. 쉼표를 찍는다고 생각하니 오만(五萬)가지 생각들로 가득하다.
남은 시간을 알차게 의미 있게 보내야 할 텐데.....
진정한 삶을 살아야 할 텐데......
썩어가는 삶이 아닌 살아있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
가나안 농군학교의 김범일 교장선생님의 말씀에서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썩어가는 자’와 ‘살아가는 자’
평생학습 사회에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자는 살아 있는 자이나, 세월만 보내는 자는 썩어가는 자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깔때기(FUNNEL)형과 빨대(STRAW)형이 그것인 것이다.
깔때기 형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 다음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걸러서 자신의 것으로 하는 삶을 말하며, 빨대는 이미 정해진 자신의 틀에 사상을 맞추어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말한다고 알고 있다.
남은 시간을 깔때기 형으로 살아야 할 텐데......
혼자 결정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삶이 더 행복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래야만 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엊그제 모 일간지에서 독선적인 교장에 대한 기사가 실렸었다.
악플도 엄청나게 달려 있었다.
이것을 보면서
‘이런 시각도 있겠구나!’
라며 다시 한번 돌아본 적이 있었다.
옛날 어떤 퇴임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퇴직하면서 "껄껄껄"하였다고 한다.
참을 껄, 즐길 껄, 베풀 껄이라고 후회 했다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참는다.
즐기는 삶을 산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삶을 산다.
1, 10, 100, 1,000, 10,000을 실천한다.
1 = 하루에 한번씩 착한 일 하기
10 = 열번 신나게 웃고
100 = 백줄 쓰고
1,000 = 천줄 읽고
10,000 = 만보 걷는다.
요즈음 잡스 증후군에 걸려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진정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젊은이들은 대기업에서 뛰쳐나와 자신이 사랑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골라 2nd Life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서른아홉 달이면 2nd Life를 즐길 수 있을 텐데
과연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서 즐길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겠다.
나는 가끔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서 이야기하신 말씀을 생각한다.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다.”
라는 말씀을 생각하곤 한다.
이미 퇴임하셔서 사회생활을 하시는 분 중에 건강한 삶을 사시는 분은 대부분 텃밭을 가꾸며 작은 행복을 일구고 계셨다.
우리 교직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존감을 살려주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반드시 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수 없는 행복한 직업이 교직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좋은 말을 골라 하면서 마무리를 알차게 보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건강’과 ‘화목한 가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건강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화목한 가정을 위하여 어떤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가를 반성해 본다.
이제부터라도 실천하면서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123세까지 알콩달콩 살아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서른아홉 달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나에게 교직이라는 직업을 갖게 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소들이 풀을 먹고 꼴값을 하듯이 나 또한 나라의 은혜를 입고 살아왔으니 꼴값 제대로 하면서 멋진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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