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PA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장난친 초등 저학년생, 학폭법으로 처벌?… ‘모호한 기준’ 지적 나와

승인 2019.08.30 20:42 

[천지일보=최빛나 인턴기자] 더불어 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사)한국초등교장협의회, 서울특별시 초등학교교장회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정된 ‘학교폴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대한 토론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들이 자리해 있다. ⓒ천지일보 2019.8.30

학폭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 열려

“학교폭력의 정의, 매우 불분명”

“학폭법 폐지해야 한다” 주장도

[천지일보=최빛나 인턴기자]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 최근 개정됐지만 해당 법안이 폭력 행위에 대한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서울특별시초등학교교장회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올해 8월 2일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폭 개념의 불분명한 점과 광범위한 적용 ▲교육활동과 관련 없는 사안이 학폭의 범위에 포함된 점 ▲학폭 사안조사의 어려운 점 등이 논의됐다.

전수민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학교폭력의 정의는 학교폭력예방법에 규정돼 있으나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매우 불분명하다”며 “‘장난이라도 피해자가 괴로움을 느끼면 학교폭력’ ‘학교폭력은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초등학생들은 누구라도 신고만 하면 가해학생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초등학교 저학년은 연령에 따른 특성으로 일상이 학교폭력”이라며 “이름보다는 별명을 부르고, 말보다는 손과 발이 먼저 나간다”고 했다.

이어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의 모호함과 범위의 확장으로 많은 가해학생이 양산됐다”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일상적인 행위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한 소송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 학교폭력으로 규정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발생한 다툼, SNS상 욕설을 한 것, 학원에서 다툰 것 등이 현재 학교폭력의 범위에 포함돼 있다”며 “학교폭력의 정의에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이라는 요건을 추가해서 범위를 축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도 학교폭력으로 구분돼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에 대한 학교폭력의 정의를 ‘학생 간에 발생한’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폭 사안조사에 대해선 학교 자체 조사방식이 아닌 외부조사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진술서를 쓸 때 교사에게 협박을 받는 등 문제가 있다”며 “사안조사를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폭법은 학급별로 차등적용되거나 그 적용대상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아예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금녀 대구관천초등학교 교장은 학교폭력 개념의 광범위함으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이 동일한 법 적용을 받는 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주로 발생하는 생활 갈등은 일반적인 범죄적 학교폭력과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폭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받는 ‘학교폭력 집행유예자’라는 낙인과 트라우마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학폭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빛나 인턴기자

저작권자 © 천지일보 - 문화ㆍ역사 콘텐츠 강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